“여기 사람들은 이제 관심도 없고, 뉴스에 가덕도공항 이야기가 나오면 ‘또 선거할 때가 됐나 보다’ 합니더. 그냥 지들 표 따묵는 밭 정도로 생각하는 거지예. 섬이라 인구도 적으니까 개무시하기 딱 좋다 아입니까. 가덕도를 봉으로 생각하는 걸로 볼 수밖에 없죠.”부산 가덕도 대항동에 사는 황영우(56)씨는 ‘가덕도신공항’ 이야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가덕도는 부산 밑 끝자락에 있는 인구 3000여명의 섬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부산 강서구 소속으로 부산 시내와 김해, 창원에서는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섬 주민들이 사는 마을은 크게 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국립4·19민주묘지에는 4·19혁명 당시 사망한 수송초등학교 6학년 전한승 군의 묘가 안장되어 있다. 전 군은 세종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묘비에 새겨져 있는 사진 속 그의 얼굴은 젖살이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이었다. 운동장에서 공 차고 골목길을 뛰어다녀야 할 얼굴이었다. 그는 이곳 4·19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이들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오빠와 언니들은 책가방을 안고서/ 왜 총에 맞았나요/ 도둑질을 했나요/ 강도질을 했나요/ 무슨 나쁜 짓을 했기에/ 점심도 안 먹고/ 저녁도
“친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에 있는 낙동동부초등학교의 전교생은 17명이다. 상주시 초등학교 중 두 번째로 적은 학생 수다. 지난 4월 2일 이 학교를 찾아갔을 때 1~4학년 학생 13명이 운동장에서 오후 ‘돌봄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그네를 타고 정글짐을 기어올랐다. 학년이 제각각이어서 많게는 3살 차가 나지만 아이들은 이미 오래된 친구 사이 같아 보였다. “친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 학교 교장 육경숙씨의 표정은 밝지
“신사임당은 딸만 다섯 있는 집안의 둘째였습니다. 신사임당이 살던 16세기 조선은 딸들에게도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줬습니다. 신사임당은 재산이 많으니 자유롭게 미술도 하고 책을 읽고 시도 쓸 수 있었던 것이죠. 만약 신사임당이 200년 후 조선 후기에 태어났다면 그렇게 유명해지지 못했을 겁니다.”미국인 교수는 한국인 기자에게 한국 역사에 대해 강의하듯 설명했다. 마크 피터슨(73)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는 1965년 선교를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후 한국의 매력에 빠졌다. 그 이후 54년 동안 미국과 한국을 꾸준히 오가며 약 1
지난 3월 25일 검찰 과거사조사위원회는 2013년 3월경 일어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곽상도 국회의원(당시 민정수석), 이중희 변호사(당시 민정비서관)를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의 해외 이주 의혹과 사위의 취업 특혜 의혹 등 대통령 친인척 문제를 제기해온 것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곽 의원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주간조선은 지난 3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곽 의원과
“우리 모두 5분 동안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합시다. 호흡이 내 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천천히 느끼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봅시다.”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날뛰는 아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종종 명상을 시키곤 했다. 그 이후로 얼마 만에 명상을 해보는지 기억이 아득했다. 취재차 간 행사였지만 강사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숨을 느꼈다’. 몸이 나른해졌다. 기사와 취재로 뒤엉켜 있던 머리가 잠시나마 깨끗해지는 기분을 느꼈다.조선뉴스프레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은 이런 ‘명상’의 대중화를
뉴스 앵커였던 배현진(36)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은 뉴스메이커가 됐다.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글 한 줄 한 줄이 뉴스가 된다. 그와 관련한 뉴스에 좋은 반응도 나쁜 반응도 있다.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는 말처럼 정치인이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다. 배 위원장이 이런 과정을 겪으며 정치권에 몸담은 지도 어느 새 1년이 넘었다.그는 지난해 3월 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다. MBC에서 8년 가까이 메인뉴스 앵커로 일했던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2·28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 이후 ‘대북제재’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김정은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듯 북의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은 ‘제재’밖에 없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다급한 김정은에 비해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 워싱턴에 번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성을 의심한 미국은 더 강력한 대북제재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김성민(57)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34살 때 탈북한 후 1999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다. 자유북한방송은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국을 뒤덮었다. 3월 7일 기준 수도권에는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서울은 모든 자치구에서 미세먼지 ‘매우 나쁨’ 수준을 연일 기록했다. 창문 밖 풍경은 뿌옇다 못해 ‘누런’ 지경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세먼지 30% 감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날 선 목소리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은 미세먼지 전문가다. 케이웨더
지난 1월 말 ‘을지면옥’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서울시 재개발 정책에 새삼 관심이 모아졌다. 재개발 과정에서 을지면옥과 같은 노포(老鋪)를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과 개발을 더 이상 미루기만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맞섰다. 논란이 커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을지로 3가 일대의 재개발사업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을지면옥 철거 논란이 불거지면서 동시에 주목받은 개념도 있다. 바로 ‘도시재생’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라 일반인들은 재개발과 혼동하곤 한다. ‘건물이 오래되면 부수고 새로 지어야지, 뭘 보존하느냐’는 식의 목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던 200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낯선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바쁜 어린 눈에도 세상이 들썩거리는 것이 보였다. 통일이 코앞에 다가온 분위기였다. ‘통일 교육’이 학교에 쏟아졌다.‘북한 말 바로 알기’ ‘북한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 써보기’ ‘통일염원 글짓기 대회’…. 선생님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에게는 숙제 같은 일이었다. 잊을 만하면 제출하던 ‘작품’ 속에서 북녘 땅에 있을 내 또래 친구들을 향해 뭔가를 부르짖기도 했다. 분단된 한반도를 슬퍼하며 울기도 했다. 나름 열심히 쓴 덕에 상도 몇 번 탔다.
젊은 경제학자들 주류 경제학의 오만을 고발하다이코노크러시 - 경제를 전문가에게만 맡겨놓는 것의 위험성조 얼·카할 모런·제크 워드 퍼킨스. 페이퍼로드. 1만6800원저자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폭풍 속에서 성장한 젊은 경제학자들이다. 이들은 경제정책 하나하나가 사람들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몸으로 깨닫고 경제학 공부를 다짐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가르치는 ‘주류 경제학’이라는 것은 신고전학파에 의한 독점과 다르지 않았다. 회의감을 느낀 이들은 주류 경제학파의 오만을 지적하고 나섰다. 저명한 주류 경제학자들 중 당시 금융
군(軍)이 해안 감시카메라에 들어가는 고가의 부품을 도난당하고,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엉뚱한 20대 초반 민간인 3명을 용의자로 지목해 체포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들은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통보를 받았지만 과잉수사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환통보도 하지 않은 채 가족과 직장동료 앞에서 긴급체포했다. 군은 아직까지 범인을 찾지 못한 것은 물론 감시 장비 도난과 관련한 관련자들의 책임조차 묻지 않고 있다. 사건의 전말을 들은 법조계 인사들은 군 관계자들이 도난 사건의 책임을 떠
“들쭉날쭉한 면도날에는 피가 말라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여인은 면도날에 침을 뱉더니 옷에 닦았다. 여인이 면도날을 닦는 동안 엄마는 스카프로 내 눈을 가렸고 눈앞은 캄캄해졌다. 그리고 곧 내 살이, 내 성기가 잘려가는 것을 느꼈다.” (와리스 디리 저서 ‘사막의 꽃’ 중)소말리아 태생의 여성 와리스 디리(54)는 열두 살 때 60대 노인과 결혼할 뻔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낙타 다섯 마리를 받고 노인과 강제로 결혼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노인과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디리는 집을 탈출했다. 사막을 건너고 길에서 만난 남성들에게 성폭행
3만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는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내에 지어진 대형 상가 몇 곳에서 수백억원대 분양사기가 발생해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1월 28일 현재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만 265건에 이르고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피해금액만 700억원대에 달한다. 송사를 진행하지 않은 소액투자자들까지 합하면 피해금액이 100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상가 분양을 명목으로 이뤄진 신종 유사수신행위인 데다,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70대 전후의 노인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퇴직금을 포함한 노후자금을 모두 쏟아
을지로 3가에 자리잡고 있는 공구상들은 산업화 시대 한국 제조업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던 곳이다. 고층빌딩이 빼곡하게 들어선 요즘에도 을지로 3가 공구상 골목은 5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나갈 넓이의 골목사이로 공구를 실은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위태롭게 지나가는 모습은 변함없다.공구상들의 쇠 깎는 소리만 들렸던 이 동네에 언제부터인가 포크레인이 건물을 긁어 허물어뜨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 일대 재개발이 추진되면서부터다. 철거 공사 중인 현장과 공구상들의 작업 현장이 골목 하나를 두고
지난 1월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하 자동차협회)에 정만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선임된 것을 놓고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자부 고위관료가 산하 기관의 장(長)으로 가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지만, 정 회장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어 특검 수사까지 받았던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자기 부처 출신 인사들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료 사회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자동차협회는 1988년 창설 이후 회원사가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았
[image1]송무진(52)씨는 2017년 6월 해군 대령으로 예편했다. 1991년 해군 소위(학군 36)로 임관해 장교생활을 시작한 그는 26년간 군에 있으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천안함 폭침, 세월호 참사 등 해군이 연관됐던 여러 사건에서 주요 임무를 맡아왔다. 해군 최고의 잠수 전문가이기도 했던 그는 전역 후 인테리어 가게를 오픈했다. 도배가 그의 주된 일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인테리어 업체 명함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명함 뒷면을 보고 깜짝 놀란다. ‘도배, 장판, 데코타일, 조명 전문’이라고 적혀 있는 명함 앞면을 뒤집으
지난 12월 18일 13시12분,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학생들이 머물던 펜션의 가스보일러에서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면서, 이들이 수면 중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학생들이 최초 발견됐을 때 펜션 내부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ppm이었다. 일반 수치의 8배다. 경찰은 학생들이 이 정도 농도에서 2시간가량 방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25~45%에 달했다. 정상인의 수치는 3%, 치사량은 20%다. 최초 구조 당시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 사는 권인구(62)씨는 이 동네에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그는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이 마을 허름한 단독주택에 14년째 살고 있다. 이삿짐 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권씨는 “근래 들어 일이 줄어 집에서 쉬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고 나서 이사가 확 줄었다”며 “사무실에서 아침에 연락을 주면 일을 나가는데, 한창 이사가 많은 10월에도 올해는 10번밖에 일하지 못했다”고 했다. 권씨는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한쪽 벽이 아